원정출산 관련 법령 살펴보기 : 대한민국 국적법 및 그 시행령 내용
![]() |
국적법 원정출산 |
자, 이제 원정출산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대한민국의 국적법과 그 시행령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법률이라는 것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틀이기 때문에 함께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속인주의, 복수국적 비허용
앞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부모의 국적에 따라 자녀의 국적이 결정되는 속인주의(Jus sanguinis)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즉, 부모님이 한국인이시라면, 아이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든 기본적으로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아이가 속지주의를 채택하는 국가, 예를 들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태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그 아이는 태어난 나라의 국적과 동시에 부모를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도 함께 가지게 되어 복수국적자가 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이해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대한민국은 원칙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게 되면 자동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죠.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복수국적을 가지게 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 복수국적을 한시적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내에 한 가지 국적을 선택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때, 원정출산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법률 조항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 국적법 제12조입니다. 이 조항은 복수국적자의 국적 선택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요, 핵심적인 내용은 복수국적을 가진 사람이 특정 기간 안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특정 나이가 될 때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남성 병역의 의무
그런데 이 12조가 복수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남성 복수국적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예외 조항이 하나 더 붙습니다. 바로 병역의무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원정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국적법 제12조와 함께 그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적법 시행령 제15조입니다. 이 시행령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하려는 남자로서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사람"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병역준비역'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들리실 수 있는데, 이는 만 18세가 되는 해 1월 1일부터 병역의무를 이행할 준비를 하는 신분을 의미합니다. 즉, 징병검사를 받고 현역으로 입대하거나 보충역 등으로 편입될 준비를 하는 단계에 있는 남성을 말합니다.
시행령 제15조는 이러한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남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즉,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만 선택하려는 경우)하려는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병역면제 또는 제2국민역 편입 처분을 받지 않으면 국적이탈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재량권을 의미하는데, 사실상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적이탈이 매우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왜 중요하냐면요, 원정출산을 통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남성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 할 때, 이 법규정의 제한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태어날 때부터 복수국적자라고 해도,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이라는 특정 시점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준비역에 편입되어 병역의무가 발생하고, 그 이후로는 원칙적으로 병역을 마쳐야만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됩니다.
2005년 강화된 국적법 적용
이러한 규정은 2005년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강화된 내용입니다. 그 이전에는 복수국적 남성이 성인이 된 후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의 의무와 국가 안보라는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병역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정부는 원정출산을 통한 복수국적 취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 복수국적을 악용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병역의무를 회피하려는 행위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정출산으로 자녀가 복수국적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병역의무에 대한 법률적 제한은 여전히 존재하며, 만약 이 제한을 인지하지 못하고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병역 문제로 인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원정출산의 이해를 위해서는 국적법 확인
국적법에는 이 외에도 국적 취득, 상실, 회복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원정출산이라는 주제에서는 특히 복수국적자의 국적 선택 의무와 남성의 병역의무 이행이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복잡한 법 규정들이 바로 우리가 원정출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배경 지식인 것입니다.
이러한 법적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장에서는 복수국적, 국적이탈신고, 국적선택신고 등 실제적인 절차와 함께 이중국적 허용 범위, 그리고 예외적인 제외 기준 등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 의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관련 포스팅
국적이탈신고, 국적선택신고, 그리고 그 이외의 궁금증들